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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의 생물다양성 여행] 연어와 백로가 돌아왔다, 울산 태화강의 기적 조회수 2195 등록일 2014.06.27

울산 태화강

연어와 백로가 돌아온 비결,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출처, 울산시청> 
 

백로가 흰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강 건너 어디론가 점이 되어 사라졌다. 백로가 날아간 하늘길을 따라 이번엔 왜가리가 긴 날개를 펄럭이며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시원한 강물과 그 위를 시원하게 날아오르는 새들, 그리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집단군무를 추는 대숲까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 좋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왔다.

나는 지금 울산 태화강 전망대에서 강물을 바라다보고 있다. 양 쪽으로 펼쳐진 강물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건너편 드넓은 태화들과 주변의 아파트와 주택가도 한눈에 들어왔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공원 산책로에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가족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다.

발길을 돌려 대숲으로 접어들었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숲 안은 어둡고 고요하다. 십리까지 대숲이 우거져서 이름 붙여진 이 십리대숲에 바람이 불자 서걱이는 대숲소리가 경쾌하다. 이슬이 촉촉이 내려앉은 맑은 아침에 이 대숲을 거닐 수 있다면, 노을이 물드는 저녁 무렵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책한다면 도시의 삶도 얼마나 풍요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에 이 강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산업도시 울산에 이 맑고 시원한 태화강과 드넓은 태화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태화강에 대한 명성은 자자했다. 울산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여러 해 전부터 나는 이 강을 찾아오고 싶었다. 썩어가던 강물이 다시 맑은 강물로 되살아난 기적을 이룬 곳이 바로 이곳, 태화강이기 때문이다. 
 

태화강, 시름시름 앓다!

영남알프스를 이루는 중심줄기인 가지산과 백운산 물줄기가 57개 지류를 모아서 태화강 47.54km를 이루고, 이 물줄기는 산업수도의 심장부인 울산광역시를 가로질러 울산만에서 바다와 만난다. 태화강의 지류가 흐르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 234-1번지 바위에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가 있다. 너비 10m, 높이 3m인 이 암각화에는 귀신고래, 범고래, 북태평양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돌고래 등 고래 그림이 50~60여 점이 그려져 있다. 태화강과 이어진 이 물길 바위에 고래 그림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선사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고,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도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오랜 세월, 그러니까 선사시대 무렵부터 태화강은 흘렀고, 이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보금자리를 만들고 도시를 이루었다.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울산시가 산업도시로 개발되기 이전까지는 태화강에 버들치와 각시붕어, 1급수에서만 사는 은어, 연어가 떼를 지어 살았다. 태화강은 바다와 연결되어 고향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물고기들에게 더없이 좋은 물길이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울산시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강은 생활오수와 각종 폐수가 흘러들어 오염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썩은 물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산책하도 어려워서 사람들이 가까이 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죽음의 강이었다. 그러던 중 2000년 6월 23일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일어났다. 이 후에도 해마다 물고기가 폐사하면서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자 울산 시민들은 더 이상 태화강을 죽음의 강으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개발에만 몰두하느라 환경문제를 외면했던 울산시도 태화강이 깨끗하지 않으면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화강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태화강 살리기 대역사를 시작하다!

울산시는 우선 가정오수관 연결사업을 시작하여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생활하수를 차단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의 공장이 자리잡은 산업도시이다. 그런데 태화강의 오염은 해안가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보다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수가 더 문제였다. 그래서 언양과 방어진 2곳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여 오폐수를 정화하고, 하수관로 매설과 정비, 태화강 강바닥에 켜켜이 쌓인 퇴적오니를 준설하고, 유지수(하상여과수) 개발, 그 외 하수처리시설도 만들었다. 2011년 말까지 이 사업에 예산 4,009억 원을 들였다.시민들이 태화강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었다. 2009년 50년이 넘은 수자원공사의 취수탑을 리모델링하여 태화강전망대를 만들고, 대화강대공원과 십리대밭교를 건설하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만들었다. 자연형 호안과 둔치를 만들어 강을 정비하고, 생태문화 갤러리 조성 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데 예산 2,222억 원을 들였다.

훼손이 심하고 어도가 없어 물고기가 이동하기 어려웠던 콘크리트 보를 없애고,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어도를 설치하는 등 15개소 보도 정비했다. 태화강 하류 명촌교 부근에는 겨울철새들이 안전하게 몸을 숨기면서 머물 수 있는 억새밭을 만들고 시민들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관찰 데크도 설치했다.


이렇게 10여 년 동안 강을 살리기 위해 울산시는 무려 6,302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들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애정과 참여이다. 강 살리기 운동이 한창이던 2002년 무렵, 강물이 예전보다 맑아지기는 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태화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했다. 민선3기에 접어들면서 행정기관 중심의 노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환경단체와 시민들, 기업체의 개선의지와 노력이 함께 해야만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푸른울산21 환경위원회’와 함께 태화강 수중정화활동을 기획하고, 환경단체 회원과 시민들 6,000여 명이 모여 태화강 수중정화사업을 벌였다. 고철, 폐비닐, 폐그물 등 온갖 쓰레기가 다리와 물가, 물속에 버려져 있고, 태화강 하류의 방사보 지역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쇠말뚝, 어망 등 불법어로시설이 물속에서 어지럽게 썩어가고 있었다. 이것을 시민들과 함께 시원하게 걷어냈다.

환경단체와 기업체가 함께하는 ‘1사 1하천 살리기 운동’도 벌였다. 태화강과 지천 등 도심하천 27개 하천을 1킬로미터 정도씩 76개 구간을 선정하여 2012년까지 민간단체 88곳과 기업체 108곳까지 모두 196곳이 참여했다. 참여단체와 기업체는 각자 맡은 구간에서 일일환경 순찰활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물의 변화를 살피고, 강변둔치 꽃길에 가꾸고, 환삼덩굴과 가시박 같은 외래식물도 제거했다.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자 태화강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1996년 태화강 하류의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11.3ppm, 6등급 이하의 죽음의 강이었다. 그런데, 2007년 상류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평균 0.8ppm, 하류수질도 평균 1.7ppm의 1급수로 되살아났다. 생물종들도 다양해졌다. 새들이 찾아오고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2013년 11월에서 2014년 3월까지 울산시가 진행한 ‘태화강 수계 야생동물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태화강에는 겨울철새 총 44종 61,243마리가 찾아왔다. 태화강의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떼까마귀 53,000마리를 비롯하여 물닭, 청둥오리, 흰죽지, 뿔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혹부리오리, 알락오리, 흰비오리, 홍머리오리, 민물가마우지, 천연기념물인 원앙, 호사비오리와 황오리도 찾아왔다.

2013년 11월 울산시청에서 열린 ‘2013년 국제철새 심포지엄’에서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 이기섭 박사님은 태화강에는 새들이 127종이 살고 있는데, 이중 60%인 75종은 물새이고 겨울철새가 50종, 텃새가 28종, 통과철새가 27종, 여름철새가 22종이라고 발표했다. 또, 태화강에는 법적보호종인 노랑부리백로, 매, 고니, 큰기러기 물수리 등 16종도 살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은 여러 해 전부터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수달은 하천의 물이 깨끗하고 수달의 먹잇감이 풍부한 곳에 살아 하천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다. 수달 외에도 노랑목도리담비, 삵,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가 태화강과 숲 곳곳에 살고 있고, 연어와 은어, 황어도 돌아왔고 바지락도 돌아왔다.

태화강은 우리나라 최대의 바지락 종패 생산지였는데, 강이 오염되면서 1987년부터 바지락 채취를 중단했다. 다시 강이 맑아지면서 바지락이 살아나 올해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27일 동안 바지락 종패를 157톤이나 생산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힘!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할 일은 적지 않다. 10여 년의 노력 끝에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났지만 한번 오염된 자연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도 1급수 도심하천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태화강 본류 뿐 아니라 지류들까지 건강한 생태계로 살리는 종합 기본계획 수립과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이 주관하는 행사에 동원되는 소극적인 시민들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울산 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님은 그동안 울산시가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제는 행정주도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다양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는 태화강에서 철새를 탐조하고 물고기를 관찰하는 시민 모임이 생겨나면 좋겠다. 동식물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기록하는 연구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시민단체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동식물과 자연생태계를 배우는 어린이와 청소년 환경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는 강과 자연생태계를 이해하는 환경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다.

가정에서는 친환경 세제로 바꾸고 다양한 물 절약법을 실천하고, 가게와 사무실, 기업에서도 물 절약과 물 정화 실천법에 동참하여 다시한번 태화강의 기적을 감동으로 만들면 좋겠다. 강이 깨끗하면 고래가 사는 바다도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열정 가득한 시민들이 참여하여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이고, 이제는 인간의 간섭보다는 자연정화의 힘이 더해져서 우리가 오기 전보다 더욱 푸른 태화강이 흐를 그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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