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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의 생물다양성 여행】 금개구리, 세종시의 디자인을 바꾸어 놓다! | 조회수 2317 | 등록일 2014.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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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 세종시의 디자인을 바꾸어 놓다!
“푸다다닥!” “앗, 깜짝이야!” 풀숲을 세차게 흔들며 갑자기 뭔가가 내달렸다. 인기척을 느낀 고라니 두 마리가 후다닥 도망쳤다. 아직 어린 녀석들이지만 날렵하게 높이뛰기를 하며 순식간에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하늘에는 황조롱이가 잠시 정지비행을 하다 저 멀리로 날아갔다. 뒤를 이어 백로가 날아가고, 왜가리가 들판에 내려와 앉았다. 제비도 포물선을 그리듯 시원하게 날아오르고, 물가에는 도요새 같은 물떼새들이 뭔가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농사를 그만둔 지 몇 해 되지 않은 묵논에 풀이 우거지자 산새가 날아오고 물새들이 날아오고, 야생동물의 포근한 보금자리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건 어렵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뿐이 아니다. “쪽쪽 쪼르르, 쪽쪽 쪼르르.” 가만히 귀 기울여 들으니 풀숲에선 금개구리들이 소리를 냈다. 보통 개구리는 개굴개굴 울지만 금개구리의 목소리는 좀 다르다. 다른 개구리들보다 울음소리도 작고 크기도 작고 높이 뛰어오르지도 못하지만 이들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이 금개구리가 바로 도시 디자인을 바꾸어 놓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도시 계획을 바꿔라! 여기는 세종시, 정부 부처가 속속 이전하고 공무원들과 가족들이 이주하면서 신도시엔 활력이 넘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세종시는 수도권에 많은 인구와 주요 기관들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생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를 균형발전 시키기 위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3월 18일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제정, 공포하면서 개발하기 시작한 세종시는 2030년 12월까지 도시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자족 도시, 친환경도시, 인간 중심도시, 문화․정보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 중 환경친화적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보전지역으로 정했다.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곳을 도시 건설 초기단계부터 먼저 설정한 후 도시건설에 필요한 땅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11년 연기군에서 시행한 비오톱 조사(2011. 11.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장남평야에 환경부 멸종위기 Ⅱ급으로 보호하고 있는 금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 10종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맹꽁이와 뜸부기(천연기념물),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거나 계절마다 찾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현장을 확인한 세종시의 시민들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지인 장남평야를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세종시와 개발 시공사인 LH는 깊은 논의 끝에 도시 계획과 디자인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묵논에 다시 농사를 짓다 “콸콸콸….” 양수기가 물을 시원하게 퍼올렸다. 이 물은 농수로를 따라 다시 논으로 흘러들었다. 한 농부는 논둑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예초기로 베느라 여념이 없다. 길을 따라서 나란히 서 있는 전봇대와 전깃줄에는 새들이 내려앉았다가 날아가는 것을 되풀이했다. 요즘 세종시에는 변화가 크다. 애초부터 장남평야는 세종시 개발 계획에서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 본래 논이었던 땅을 국가가 사들였다. 그리고 국립수목원과 중앙공원, 호수공원, 자전거도로, 보행로 같은 주민들의 편의시설로 개발하기 위해 몇 해 동안 묵혀 두었다. 그런데 금개구리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서식지를 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논에 다시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좋은 보전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들판에서 농사를 짓던 몇몇 농부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풀이 무성하게 자란 논을 갈아엎었다. 농약과 비료로 농사짓던 관행농법에서 유기농업으로 농사방법을 바꾸었다. 가뭄에도 논에 물을 댈 수 있도록 양수기를 설치했다. 이 양수기를 돌리기 위해 전기가 필요해지자 뽑았던 전봇대도 다시 세우고 전선을 연결했다. 장남평야는 예부터 볕이 잘 들고 땅이 기름지고 물이 맑아 농사가 잘 되던 땅이다. 뒤로는 전월산이 있어 산림생태계가 다양하고, 바로 앞에는 금강이 흘러 하천생태계도 풍부하고, 그 한가운데 자리잡은 장남평야는 논습지 생태계가 발달하여 삼박자를 고루 갖춘 땅이다. 지금 평야 한쪽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개발하면서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흙을 쌓는 성토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세종시의 중심부인 100만 평 가량에 녹지공간이 들어서는데, 이중 30만 평을 금개구리 서식지로 보전하고 다른 지역은 국립수목원을 비롯한 녹지공간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 개발예정지에 살고 있는 금개구리는 양서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획이주팀이 7월부터 9월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잡아 보전지역의 농수로로 옮겨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생태조사 보고서에는 금개구리가 800마리 가량 살고 있다고 조사되었는데, 포획이주 작업을 하면서 직접 확인해 보니 한 달 반 동안에 1만 마리가 넘게 발견되었다.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금개구리까지 합치면 실제는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제 겨울이 오고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옮겨주기 위해 포획이주팀의 손길이 무척 바쁘다. 이 땅에 금개구리가 산다는 것 금개구리의 가장 큰 특징은 등에 금색줄 2개가 뚜렷하게 나 있고 융기선이 있다는 것이다. 참개구리보다 뒷다리가 짧아 땅 위에서 높이 뛰지는 못하지만 물속 잠수에는 유리하다. 암컷의 몸길이는 약 6cm, 수컷은 4cm 정도로 작다. 번식기에는 등이 밝은 녹색이고, 가을부터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배는 붉은빛이 약간 도는 노란색을 띄고 있다. 가을에는 등이 진한 갈색으로 변한 뒤 땅 속에서 겨울을 보낸다. 5월 초순에서 7월 중순 사이에 물풀이 많은 농수로와 웅덩이, 저수지 주변에 노란색 알을 낳고, 번식이 끝난 후에도 벼가 많이 자란 논이나 수초가 많은 물속에서 생활한다. 겨울잠을 잘 때 외에는 물 위나 물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수컷은 작은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있고 ‘쪽~쪽~’, ‘꾸우우욱’, ‘쪽, 꾸우욱~’ 하는 소리를 낸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2012년 5월 31일 지정)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서․파충류을 살리기 위한 보전활동은 여러 곳에서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충북 청주 원흥이방죽으로 유명한 ‘두꺼비 생태공원’이다. 아파트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두꺼비 서식지를 청주 시민들이 보전운동을 벌여 2005년 충북 청주 산남 3지구 생태공원 1만2천 평을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경기도 광명시 안터 생태공원에도 금개구리 서식지를 보전했고,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맹꽁이, 금개구리 대체서식지를 조성했다. 해외에서는 2002년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 ‘그린 앤 골든 벨 개구리’ 서식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한 지역에서 환경보전 정도를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동식물종을 깃대종이라고 하는데, 세종시의 깃대종은 바로 이 금개구리이다. 금개구리 서식지는 전국 여러 곳에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가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다. 장남평야에는 금개구리 뿐 아니라 다양한 양서류들이 살고 있는데, 이것은 양서류들의 먹이가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이고, 양서류를 잡아먹는 새들도 이곳을 즐겨 찾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동식물이 어울려 살고 있다는 것은 물과 공기가 맑고 생태계가 살아 있어 사람에게도 이로운 곳이라는 뜻이다. 세종시는 정부청사가 있어 중요한 곳일 뿐 아니라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생물종의 가치를 알고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보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곳이 되었다. 금개구리와 함께 만들어가는 친환경도시 세종시, 그 미래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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