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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의 생물다양성 여행> 1편_ 토종씨앗을 아시나요? 조회수 2921 등록일 2014.05.09

〈박경화의 생물다양성 여행〉 ①토종종자운동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환경책을 쓰고 있는 박경화작가와 국내 생물다양성 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적응하고 자란 토종씨앗! 종자회사들의 개량종 종자에 밀려 점점 사라지던 토종씨앗을 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씨앗장을 연 마르쉐, 토종씨앗을 나누는 씨드림,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만났습니다.


토종종자를 아시나요?

봄봄봄, 봄이 왔어요! 파릇파릇, 가물가물한 새봄이 돌아왔어요. 춘곤증 때문에 온종일 나른하고 졸립다구요? 무슨 소리,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에 졸고 있을 틈이 있나요? 이제 겨울옷을 정리하고 가벼운 봄옷을 꺼내야죠. 이참에 묵혀 두었던 옷장정리도 해 볼까요. 싱싱한 봄나물을 구하러 시장에도 가야죠. 꽃집에는 벌써 봄꽃들이 나와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네요. 집안 분위기를 살릴 화분도 하나 들여놓을까요? 골목길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나무에도 꽃망울이 도톰하게 물이 올랐네요.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은 적응하느라 바쁘고, 집안 살림을 챙기는 주부도 분주하고, 새로운 일을 맡은 직장인도 눈코 뜰 새 없지요. 농부는 봄농사를 시작하려고 농사연장을 챙기고 씨앗을 챙기고 있어요. 생기가 도는 봄은 누구에게나 바쁜 계절입니다.

마르쉐, 씨앗장을 열다!
이 봄에 서울에서 씨앗을 서로 나누는 씨앗장을 열었습니다. 3월 9일 농부와 요리사, 장인, 아티스트,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만드는 도시형 음식문화장터 마르쉐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을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웬 씨앗장?
마르쉐는 한 달에 한번씩 유기농 농산물과 가공식품, 생활소품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물건을 사고파는 작은 장터인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건강한 먹을거리와 생산과정을 나누면서 신뢰를 쌓는 만남의 자리입니다. 마르쉐(marchè)는 장터, 매매, 거래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말입니다.
2012년 10월 처음 장을 연 마르쉐는 열매, 뿌리채소 등 달마다 다양한 주제로 장을 여는데, 이번 주제는 봄을 맞이하는 씨앗입니다. 농사를 시작하는 봄에는 씨앗을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는 건강한 씨앗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름도 무척 재밌고 친근합니다. 어금니동부, 토종까치콩, 각시동부, 갓끈동부, 쥐눈이콩, 개눈깔콩, 노란녹두, 검은완두, 호랭이밤콩, 아주까리밤콩, 선비잡이콩, 오리알태, 검정동부, 푸르데콩, 넝쿨강낭콩, 대추밤콩 등 토종 콩들이 봄맞이 나들이 나왔네요. 이름만 들어도 콩 모양과 색깔이 상상되지요?
버들벼, 자치나, 흑갱, 북흑조, 옥천돼지찰 같은 서로 다른 밥맛을 가진 토종벼들도 나왔구요, 토종오이, 흰가지, 흑찰옥수수 같은 토종씨앗들도 나왔습니다. 루꼴라, 로메인, 새싹채소 같이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는 허브씨앗들도 있어요.
그뿐인가요? 해바라기, 결명자, 털머위, 끈끈이 대나물, 잎들깨, 호박, 사탕수수, 토란알뿌리도 나왔습니다. 이런 씨앗과 열매를 이용해서 고소하고 달콤하게 조리하는 요리팀들은 장터 한 켠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배꼽시계를 한껏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 향을 맡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생긴 긴 줄이 어째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마르쉐는 동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여기서 얻은 건강한 채소와 음식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 도시생활에서도 슬로라이프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마르쉐친구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만드는 출점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마르쉐에 장을 보러 오는 소비자들은 자기 컵과 음식 담을 용기, 장바구니를 챙겨옵니다. 음식을 담았던 유리병 같은 용기는 다음달 마르쉐에 되가져와서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또, 컵과 접시, 젓가락 같은 용기는 행사장에서 빌려주는데, 이 일은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음식을 사고팔고 먹을 때 생기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요. 
이번 씨앗장은 농부들이 일 년 동안 논밭에서 기른 토종씨앗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나누는 자리입니다. 토종씨앗을 논밭에도 심고, 텃밭에도 심고, 베란다 화분에서도 심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우리 씨앗을 널리널리 퍼트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르쉐에는 과일과 채소, 가공식품을 사러 오는 도시소비자 뿐 아니라 지방에서 토종씨앗을 구하려고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토종종자를 구하려고 이 먼 길을 달려왔을까요?

* 마르쉐 홈페이지 http://www.marcheat.net/

토종종자는 우리 손으로 지킨다, 씨드림!


우리가 즐겨먹는 상추와 배추, 무,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씨앗은 어디에서 올까요? 농부들이 잘 익은 씨앗을 받아 보관했다가 기름진 논밭에 심는다구요? 물론 이렇게 채종하는 작물도 있지만 우리가 즐겨먹는 대개의 채소는 종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씨앗을 사서 심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농부들의 사정은 거의 비슷합니다.
다국적 종자회사에서 판매하는 씨앗을 심으면 더 크고 좋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종자를 직접 채종해서 심던 토종종자보다 점점 더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우리 땅에서 자라고 적응한 토종종자들은 어느새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일부러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방의 농부들은 먼 길마다 않고 토종종자가 있는 곳이라면 서울까지도 장을 보러 오게 된 것이죠. 그뿐인가요? 수입식품과 유전자조작식품, 외래종들이 우리 땅을 점령하면서 안심하고 먹을 먹거리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토종종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대대로 내려온 우리 맛이 사라지는 것이고, 음식문화와 역사 또한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바로 토종종자모임 씨드림! 씨드림은 토종종자와 전통농업으로 생명을 지키려는 모임입니다. 농부와 도시텃밭 운영자, 학자, 연구자, 관심 있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씨드림은 농가를 직접 방문하는 토종씨앗 발굴 조사, 씨드림 정기모임을 통한 씨앗나눔, 토종농장 채종포 운영, 종자은행 운영, 토종학교도 개설하여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널리 퍼트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씨드림 회원들이 수확한 씨앗을 한 봉투에 골고루 담아 원하는 사람들에게 씨앗을 대여하고, 다음해에 다시 반납하는 씨앗도서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경상, 전라, 충청, 강원 등 지역별 토종모임을 열고, 토종종자의 재배방법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교류도 하고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살리기 위해 지역 농가를 가가호호 방문하여 토종종자를 수집하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2009년 강화도에서 토종씨앗 수집활동을 시작하여 2010년 괴산, 2011년 곡성, 2012년 평창과 여주, 2013년 완주까지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토종씨앗은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에도 기증하여 씨앗을 보관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
한국토종연구회는 토종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외래종이라도 오랜 세월 우리 땅에 적응하면 토종이 되었습니다. 우리 땅과 기후에 적응하면서 자란 토종씨앗이 멸종에서 벗어나 더욱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길, 씨드림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 씨드림 http://cafe.daum.net/seedream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들이 책임진다
한편, 농가에서 잘 여문 씨앗을 받아서 보관하는 일은 누가했을까요? 할머니와 어머니, 딸, 바로 여성농민입니다. 예부터 농가에서 씨앗을 보존하고 선별하고 심는 것은 여성농민들의 몫이었습니다. 씨앗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이 씨앗을 지키는 일을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여성농민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들은 집 한 켠 고이 모셔져 있는 토종씨앗을 찾아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을 논밭에 심고 수확하여 증식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토종옥수수를 시작으로 콩, 팥, 수수 등 품목을 점차 넓히고, 여성농민들이 함께 가꾸는 공동텃밭에서도 토종종자를 심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회원들이 함께 모이는 토종씨앗축제를 열어 씨앗나눔을 합니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나누고, 여기서 구한 씨앗은 다음해 자신의 논밭에 정성껏 심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땅과 기후에 적응한 씨앗은 우리 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산물이 됩니다. 씨앗을 구입하기 위해 외국 종자회사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 다양한 토종종자로 키운 제철 생산물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건강한 식단을 차릴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게 생산자는 마음 편히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가 생산했는지’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심 먹거리를 공급받는 것이 바로 식량주권입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 식량주권운동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으로 키운 열매와 곡식은 언니네텃밭이라는 사회적기업에서 제철꾸러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는 방사 유정란, 국산 콩두부, 김치, 전통가공식품(떡, 식혜, 수정과, 부각 등)을 포함한 제철채소를 담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생산한 것을 직접 요리하고 밥상을 만드는 여성들이 직접 꾸리니 철마다 어떤 식재료가 몸에 좋은지, 하나의 재료로 얼마나 다양한 요리방법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뒤로 밀려나 사라져가던 우리 토종종자는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 소비자들은 이 토종종자를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http://www.kwpa.org/
* 언니네 텃밭 http://www.sistersgarden.org/

* 책 소개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 / 안완식 지음 / 들녘 / 2007년 출간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 안완식 지음 / 사계절 / 2002년 출간
토종 곡식 / 백승우, 김석기 지음 / 들녘 / 2012년 출간

 *박경화작가가 지은책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등 다수

첨부파일 - 〈박경화의 생물다양성 여행〉 ①토종종자운동.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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